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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관광보다 역사성에 초점 맞춰야

[전주시민신문]전주시가 최근 발표한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와 관련된 계획은 언뜻 보면 역사적 가치 회복을 통한 지역 발전의 모범 사례처럼 보인다. 후백제 도읍지였던 전주가 다시 후백제 역사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주시의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역사적 가치 회복보다 관광지 개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치중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후백제의 역사적 복원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흐릴 위험이 있다.

 

먼저 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계획에서 드러나는 전주시의 기조는 명확하다. 역사적 연구와 복원보다는 ‘역사 문화를 관광자원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굴조사를 통해 밝혀진 후백제 도성벽 복원과 같은 사업이 계획돼 있지만 후백제 유적지 발굴체험, 역사교육 프로그램, 탐방로 정비, 노외 주차장 조성 등 관광 인프라 확대를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한옥마을과의 연계, 접근성 강화를 위한 도로 확장 등은 전주시가 후백제의 역사적 유산을 진정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의도보다 관광객 유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관광산업의 발전은 분명 중요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지만, 역사적 가치를 도구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후백제의 역사는 단순히 전주의 관광 명소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 자체로 보존되고 연구돼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후백제는 백제 멸망 이후 견훤이 세운 국가로, 한국 중세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런 역사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역사적 사실이 관광객의 흥미를 끌기 위한 일종의 ‘테마파크’로 변질될 수 있다.

 

더욱이 전주시가 내세우는 후백제지방정부협의회는 그 취지는 좋으나, 이 또한 후백제의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지역 정치권과의 공조가 이번 센터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부분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역사적 자원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후백제의 역사를 알리는 일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역 정치인들의 업적으로 포장되고 지역 내외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전주시가 발표한 여러 프로젝트, 특히 후백제 유적지 발굴체험과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들이 진정으로 역사 교육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든다. 현대 사회에서의 체험형 관광은 관광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종종 역사를 단순화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후백제에 대한 복잡하고 중요한 역사적 이야기가 단순한 체험활동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주시의 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와 관련된 계획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현재의 방향은 역사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관광산업의 발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주가 진정한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후백제의 역사적 의미를 단순히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깊이와 복잡성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관광 수입보다 훨씬 더 큰 가치로 다가올 수 있다.